정서중심치료(EFT)는 최신의 정서(emotion) 이론과 정동(affect)에 관한 신경과학의 관점에서 재구성된 신인본주의적·체험적 접근입니다. 인본주의적-현상학적 치료이론들(Perls, Hefferling, & Goodman,1951; Rogers, 1957)과 정서-인지이론, 정동에 대한 신경과학, 역동적인 가족 체계이론의 영향을 받은 정서중심치료의 핵심 개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정서중심치료에서 정서의 역할과 기능
정서중심치료는 분노, 슬픔, 두려움, 혐오와 같은 근원적 정서들이 우리가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복잡한 체계를 구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더불어, 정서 체계는 삶에서 가장 근원적인 동기를 유발하며 생존과 적응에 필수적이라고 봅니다. 또 정서는 목표 지향적이며 목표 지향적 행동의 유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정서는 동기를 유발하는 현상학적 실체로 지각, 인식, 행동에 영향을 미칩니다. EFT는 정서는 타고난 적응적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정서가 활성화되면 내담자는 잃어버린 자기 경험을 되찾게 되고, 문제 되는 정서 상태와 상호작용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정서는 근원적인 타고난 적응 체계로 사람의 생존과 번성에 도움을 준다는 관점은 광범위한 실증적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정서는 인간의 가장 핵심 욕구와 연결되어 있으며, 욕구가 충족되고 있는지를 평가하고, 무엇이 좋고 나쁜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안녕(well-being)에 중요한 상황들을 신속히 알아차리게 합니다. 정서는 또한 중요한 상황에서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준비시키고 안내합니다. EFT는 인간을 근본적으로 정동적인(affective) 존재로 보며 행동을 유발하는 일차적 요소는 정서라고 봅니다.
두려움은 위험을 찾아내는 공포 처리 기제를 활성화하고, 슬픔은 상실을 알리며, 분노는 침범이 있음을 알립니다. 또 정서는 의사소통의 근원적 체계로 표현을 통해 자신의 의도를 신속히 알리고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역할을 합니다. 정서는 삶의 본질적 의미와 의사소통, 행동 유발과 관련된 체계로 우리가 누구인가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 줍니다. EFT는 "나는 느낀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발상에 기초하는데 우리는 먼저 느끼고 난 후에 생각하며 느끼는 만큼만 생각한다고 제안합니다. 따라서 EFT는 정서 변화가 인지·행동의 지속적 변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내담자들은 EFT를 통해 자신의 정서를 더욱 명료화, 체험, 수용, 탐색, 이해, 탈바꿈시키고, 유연하게 관리하는 데 도움을 받습니다. 이를 통해 내담자들은 자신과 세상에 대한 중요한 정보와 의미에 접촉하는 기술을 증진하게 되고 그러한 정보를 이용해 생동적이고 적응적으로 사는 기술을 더욱 향상하게 됩니다. 내담자들은 두려운 정서들을 관리하고 탈바꿈하기 위해 이 정서들을 직면하도록 격려받습니다. EFT의 치료적 개입을 안내하는 핵심 전제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때만 탈바꿈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EFT는 내담자가 자신의 정서를 자각하고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고안된 접근입니다.
2. 정서의 중요성과 핵심 원리
EFT는 서양의 심리치료가 인지와 행동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에 대한 반응으로서 출발하였고 또 성장해 왔습니다. 암묵적인 정서보다는 인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용이한데, 그것은 인지가 더 쉽게 의식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또 자동적인 정서 반응보다는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 더 용이한데, 이것은 행동이 의도적으로 통제하기 더 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서는 인지와 행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EFT는 적응적·부적응적 정서 경험이 치료적 변화에 미치는 핵심적인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치료적 초점을 이동시키고자 합니다.
EFT의 핵심 특징은 개념적 지식과 체험적 지식을 구별하면서 인간은 자신이 지닌 지적 능력 그 자체보다 더 지혜롭다고 본다는 점입니다. 체험적 존재인 유기체에게 있어 의식은 유기체가 지닌 일련의 비의식적 기능이라는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내담자에게 아직 형성되지 않은 정서적 경험에 주의를 집중하게 하고 그 경험이 더욱 선명해지도록 해서, 그 경험을 의식 속에서 상징화하도록 돕습니다. 치료에서 본증적 경험인 정서에 초점을 맞추고 정서의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정서를 직접 만나고 수용하게 합니다. 이렇게 자신과 타인의 삶의 서사(narratives) 속에 묻어 있는 정서를 명로히 하는 것은 우리 삶에 이야기를 제공합니다.
정서중심치료의 핵심은 내담자들이 언제 적응적 정서를 안내자로 사용하고, 언제 부적응적 정서들을 변화시키며, 언제 압도하는 정서들을 조절할 필요가 있는지 구별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본 접근의 핵심 원리는 정서로부터 정보를 얻고 정서에 의해 움직이며 변화를 위해서는 정서에 접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담자는 단순히 정서에 대해 말하거나, 정서의 발생 근원을 이해하거나, 신념을 변화시킴으로써 자신의 정서를 변화시키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서는 수용되고, 체험되며, 다른 정서와이 대립을 통해 탈바꿈되고, 숙고를 통해 새로운 서사적 의미를 창출함으로써 변화합니다.
3. 정서중심치료의 핵심 요인
정서를 변화시키는 것이 문제 해결의 근원이자 처치의 핵심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정서에 대한 작업이 EFT의 유일한 초점을 아닙니다. 대부분의 문제에는 생리적·정서적·인지적·동기적·행동적·신체적·사회적·문화적 원인들이 있기에 이 원인들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EFT는 동기, 인지, 행동 및 이들의 통합적 상호작용에 주의를 기울이면서도 변화의 핵심 통로인 정서에 초점을 맞춥니다. EFT 치료자는 내담자가 삶에서 경험하는 대인관계 문제의 복잡성과 그 심리적 원인을 이해하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내담자가 생각, 행동, 대인관계적 상호작용을 건강한 방식으로 조절하도록 돕습니다. 게다가 정서중심 치료자는 치료적 작업에 다음과 같은 핵심 요인들에 초점을 둡니다. 첫째, 치유의 촉진을 위해 공감적 관계를 제공하기, 둘째, 내담자의 정서적 경험과 정서의 근원 및 역동을 섬세하게 탐색하기, 셋째, 정서를 제거하기 위해 정서를 반복적으로 표현하고 정화하기보다 정서가 제공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정서를 허용하고 수용하도록 격려하기, 넷째, 정서에 접촉하려는 내담자의 노력을 방해하는 방해과정에 초점 두기, 다섯째, 새로운 정서에 접근함으로써 해묵은 정서를 변화시키기, 여섯째, 새로운 이야기를 창출하기 위해 정서를 상징화하고 숙고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