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중심치료(EFT)는 인간중심, 게슈탈트, 체험, 실존치료들로부터 발전했으며, 현대의 인지·정서 이론들의 관점에서 현상을 바라봅니다. 그중 오늘은 체험적 초점 맞추기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체험이란?
Gendlin(1962)은 심리치료에 대한 설명에서 체험(experiencing)을 구체적인 신체적 느낌이자 심리적 현상의 기초 자료라고 하였습니다. 이 기초 자료를 알아차리는 것이 건강한 삶에 필수라고 보았습니다. Gendlin의 주장에 의하면 자기가 되는 최적의 과정은 체험을 점차 증가시키고 활용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느껴진 어떤 의미가 언어적 상징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명확한 의미를 만들어 내며, 이 과정을 통해 구조적인 부인-불일치의 틀에서 벗어나 기능하게 된다고 보았습니다. EFT는 이러한 과정적 관점을 수용합니다. 체험하는 과정의 차단이 역기능의 원인으로 여겨지는데, Gendlin은 문제가 되는 것은 지각의 내용이 아니라 체험하는 방식이라고 보았습니다. 역기능은 현재 일어나는 사건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 그 자체보다는 그 사건의 구조와 패턴을 체험하는 방식과 관련된다는 것입니다. 효과적인 치료과정은 내담자가 현재의 체험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안내할 뿐 아니라 생리적 반응과 의미의 창출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Gendlin은 이러한 과정을 초점 맞추기라고 명명했습니다.
Gendlin이 제시한 관점의 핵심은 인간의 체험은 아주 복잡해서 개념적으로나 언어적으로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한 개인의 체험에는 말이나 개념으로 표현될 수 있는 것 이상이 항상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체험에 주의를 기울이면 말이나 상징으로 기술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초점 맞추기는 체험하는 것을 단어로 점검하고 그 단어와 확실한 느낌("그래, 그것이 바로 이거야.") 간의 합치점을 찾는 것입니다. Gendlin은 찾아진 '그것'을 나타내기 위해 느껴진 감각(felt sense)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원칙은 느껴진 감각은 다양한 방식으로 설명될 수 있지만, 무작위로 표현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즉, 느껴진 감각은 그것을 적절히 표현할 단어를 찾기 어려운 모호한 측면이 있지만, 오직 특정 단어만이 적합하다는 점에서 아주 엄밀합니다. 암시적인 것을 명시화하는 것이 치료과정의 목표입니다.
감정이란?
감정이 작동하는 과정과 그 작동과정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 간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이 '이것'이라는 하나의 구체적인 감정을 발생시키며 이 감정은 다시 어떤 특정한 것으로 인식됩니다. Gendlin은 이것을 어떤 직접적 참조 대상(a direct referent)으로 보았는데, 그의 표현을 빌리면 이것은 상징화될 수 있는 어떤 것입니다. Campbell이 지적한 것처럼, 찾아내는 것과 만드는 것, 즉 발견하는 것과 창조하는 것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손으로 공을 잡을 때 잡는다는 것과 손과 공이 상호작용한 결과입니다. 어떤 대상 안에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어떤 것을 체험한다는 것은 그 어떤 대상에 주의를 기울이면 그 옆에 무엇이 있는지도 알 수 있음을 뜻합니다. '암시한다는 것(implying)'은 논리적인 암시와 다르며 그 이상의 무엇을 필요로 합니다. 자동으로 발생하는 정서적 반응과 그 반응에 암묵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어떤 신체적으로 느껴진 감각을 야기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의식의 중심에 있지 않기에 무시됩니다. 즉, 느껴진 감각은 무엇이 느껴짐을 암시하지만, 내담자가 그 느껴진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것은 결코 어떤 감정의 형태로 조직되지도 처리되지도 않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언어는 의미를 창출하는 것이지 비언어적인 어떤 실체에 상응하거나, 실체를 반영하거나, 또는 실체와의 일치를 통해 그 의미를 획득하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상징화한다는 것은 상징과 체험 간의 일치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관점은 Rogers가 말하는 일치성의 개념을 재구성하는 것이자 복잡한 구성주의적 요소를 현상학적 관점에 접목하는 것입니다. EFT는 이러한 구성주의적 관점을 채택하는데 정서와 상징의 상호작용과정을 의미 창출의 핵심 요소로 봅니다.
감각과 정서
느껴진 감각은 울기나 고함치기와 같은 정서적 반응들과는 다릅니다. 이 반응들은 아주 구체적인 양태의 행동들로, 이 행동들에 몰입되어 있으면 그 행동들이 발생하는 상황의 복합성을 놓치게 됩니다. 느껴진 감각을 갖는다는 것은 상황이 요구하는 암시적인 것에 대한 감(sensing)을 갖는다는 것으로, 이것은 말로 충분히 표현될 수 없습니다. 느껴진 감각에 대해 언급하면서 Gendlin은 명시적인 정서(예:두려움, 분노, 슬픔)나 신체 감각(예: 쓰라림, 긴장)을 의미하지 않았습니다. 상실로 인한 슬픔이라는 상황 전체에 대한 느껴진 감각은 슬픔 그 이상을 내포합니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는 느낌, 자신의 삶에서 그 사람이 차지하는 독특하고 대체할 수 없는 느낌, 그 사람이 없이 어떻게 살아갈지를 모르는 느낌을 포함합니다. 느껴진 감각은 정서와도 다릅니다. Gendlin에 따르면 정서는 특정 상황에 대한 구체적 반응으로 느껴진 감각보다 복잡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Gendlin은 정서에 대해 언급할 때 정서적으로 압도되는 경험들만을 언급하였는데 그는 이러한 정서를 순수한(sheer) 정서라고 불렀습니다. EFT는 정서의 유형을 구분하는데, Gendlin이 말하는 순수한 정서는 특정 종류의 정서(이차적 정서)로 보입니다. EFT 치료자들이 Gendlin의 견해에 동의하는 바는 정서 표현을 단지 정서를 분출하거나 정화하는 것으로만 보는 견해에 반대하는 점입니다. 하지만 EFT치료자들은 순수한 정서가 아니라 일차적(primary) 정서가 체험의 근본 요소이며 정서가 제공하는 정보와 행동 경향성, 욕구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일차적 정서에 접촉해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Gendlin과 Rogers는 체험을 존재의 기본 단위로 봅니다. 반면, EFT는 정서는 근본적으로 주어진 것이고 체험은 정동적(affective) 반응과 의미(meaning)가 혼합되어 만들어진 높은 수준의 파생물이자 여러 수준과 많은 종류의 처리과정이 암묵적으로 융합된 결과물로 봅니다. EFT는 Gendlin이 제시한 느껴진 감각의 중요성을 통합하면서 근원적 정서와 정서적 각성의 중요성을 추가합니다. EFT치료자들은 느껴진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고 상징화함으로써 의미를 창출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두려움, 분노, 슬픔과 같은 정서들 또한 활성화하고 조절함으로써 암묵적 평가와 행동 경향성과 함께 무엇이 좋고 나쁜지를 알려 주면서 적응적 행동으로 이끄는 욕구에도 접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초점 맞추기(focusing)
Gendlin은 심리치료에 활용하기 위해 초점 맞추기(focusing)라 불리는 접근을 개발하였습니다. 초점 맞추기의 첫 단계는 신체적으로 느껴지는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주의를 기울이면 어떤 상황에 대한 느껴진 감각이 더 분명해집니다. Gendlin은 둘째 단계를 펼치기(unfolding)라 불렀습니다.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느껴진 감각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새로운 의미가 출현합니다. 초점 맞추기의 셋째 단계는 포괄적 적용(global application)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다른 상황, 환경, 기억들이 연합되어 물밀듯이 경험됩니다. 초점 맞추기의 넷째 단계는 참조 체계의 전환(referent movement)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느껴지는 모든 방식'에 전환이 일어납니다. 즉, 문제에 대한 느껴진 감각 전반에 전환이 발생합니다.
Rogers는 처음에 하나의 치료적 의도(즉, 이해한 바를 점검하기)를 제안한 한편, Gendlin은 이중의 치료적 의도 모델, 이해하는 환경의 제공과 체험의 심화를 제안하였습니다. 즉각적으로 느껴지는 체험적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공감적 이해와 함께 치료과정의 새로운 목표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관점이 체험적 심리치료를 촉발하였는데, 이 치료의 핵심 치료과정과 목표는 체험을 깊게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EFT는 이 두 가지 의도에 기초함과 아울러 이를 확장해 더 깊은 치료적 의도를 제안합니다. EFT는 표식에 의해 안내되는 과정 지향적인 접근을 제시하는데, 이 접근은 심리치료에는 공감적 이해, 체험의 심화, 맥락을 고려한 치료적 의도들(예: 촉진하기, 주의 기울이기, 표현하기, 조절하기, 상징하기)이 포함된다고 봅니다. EFT는 다양한 의도를 가진 치료 모델을 제안하는데, 공감을 전달하고 체험을 심화함에 덧붙여 특정한 정서과정을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다양한 시점에 사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