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에서는 첫 면담이 굉장히 중요한데 그 이유는 첫 면담에서 이후의 심리치료의 틀이 반은 결정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또한 첫 면담에서 반드시 해야 할 두 가지 작업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공감적 경청(empathy listening)입니다. 공감적 경청을 통해 치료적이고 신뢰적인 라포가 형성되며 이러한 치유적 관계는 상담의 첫 면담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중요한 첫 면담과 공감적 경청에 대해 보다 자세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면담의 중요성
첫 면담부터 상담자와 내담자는 인격적으로 만나기 때문에 첫 면담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초보 상담자의 경우 내담자의 정보를 정확하게 수집하기 위해 형사나 탐정 같은 태도를 취하기가 쉽습니다. 내담자의 감정을 무시한 채 문제를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알아내기 위한 캐묻는 식의 질문은 내담자와의 공감적이고 신뢰하는 관계, 치유적 접근을 방해 또는 차단하게 됩니다. 따라서 정보수집도 중요하지만 상담관계를 우선으로 하여 접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첫 면담에서는 무엇을 질문해야겠다 보다는 내담자의 이야기를 수용적으로 공감하고 비교적 수동적인 자세로 따라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공감적 경청
공감적 경청을 위해서는 수용적 공감에 대해 이해하고 관찰자아와 경험자아의 개념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심리치료 상황에서 치료자의 자아는 경험하는 측면(경험자아)과 관찰하는 측면(관찰자아)으로 작용을 합니다. 치료자는 내담자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그 감정을 따라 같이 느끼는 경험자아이고, 또 그런 내담자의 문제를 파악하고 평가하여 목표를 설정하고 도울 방법을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관찰자아이기도 합니다. 내담자가 계속 불만을 토로할 때 비판하는 관찰자아로만 보지 않고 경험자아를 통해 그 감정을 따라가며 비판 없이 이해하고 문제를 객관적으로 돌아볼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내담자의 감정을 수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담자는 자신의 방식, 논리나 입장을 내려놓고, 내담자의 입장이 되어 같이 경험하는 것입니다. 내담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상담자는 자신의 자아 경계를 허물고 내담자의 이야기에 수용적 이해를 시도하게 될 때 내담자는 점점 안심을 하게 되고 자기 내면의 힘든 감정을 드러내게 됩니다. 내담자가 쏟아놓는 어떤 이야기든, 심지어 어린아이와 같은 연약한 모습일지라도 상담자의 경험자아가 내담자와 함께 한다는 것은 일시적 퇴행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공감한다'는 것은 상담자가 비합리적 경험자아의 퇴행적 상태를 수시로 벗어나 상담자의 합리적 관찰자아가 내담자가 내놓는 자료와 그에 대한 상담자 자신의 반응들을 관찰하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하게 되는데 그것이 상담자 자신의 과거 유사한 경험에 의한 것에서 오는 인식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순수하게 내담자를 공감한 것이 아니고 상담자가 내담자를 따라 퇴행하는 것입니다. 상담자의 퇴행은 경험자아의 공감 철회나 철회의 필요성이 있을 때 자유자재로 철회하고 객관적으로 자기 자신과 내담자를 관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자유자재로 되지 않는다면 상담자의 자아는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상담자의 경험자아는 내담자의 감정을 함께 느끼며 활동을 활발히 하다가도 다시 관찰자아로 돌아가 들은 것을 평가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자아의 가변작용의 원활함을 위해 상담자는 자아가 건강해야 합니다. 상담자의 관찰자아가 너무 강해서 내담자의 이야기에 공감이 이루어지지 않고 내담자를 평가하고 판단만 하게 된다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반면에 상담자가 너무 깊이 내담자의 이야기에 몰입하여 그 마음 상태가 상담이 끝난 후에도 지속된다면 상담자의 자아가 무너진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상담자의 경험자아와 관찰자아가 가변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공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그것은 내담자에게 문제가 되는 감정을 경험하는 경험자아에서 자신의 문제를 합리적이고 분석적으로 볼 수 있는 관찰자아로 분리되는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내담자는 상담자의 경험자아를 통해 공감을 받고 충분히 비합리적으로 퇴행된 감정을 더 깊이 있고 솔직하게 얘기하며 경험하게 되며, 상담자가 내담자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관찰하며 공감적 질문을 함으로써 내담자의 자아는 상담자의 관찰자아 양식을 배우게 됩니다. 결국 내담자는 자신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통찰을 얻게 됩니다.
심리치료의 진행
심리치료의 진행은 양파껍질을 벗기듯 내담자 문제에 대한 접근을 현재에서 과거로 진행하는 것입니다. 상담자는 어떤 계획이나 의도를 가지고 내담자에게 이것저것을 물으며 상담 방향을 끌고 가서는 안됩니다.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자율권을 주며 전개 과정을 수동적으로 바라보고 따라가는 것입니다. 내담자는 자신이 당면한 현재의 문제를 이야기하며 그것을 더 설명하기 위해 전 단계의 문제가 나오고 또 그 이전 단계를 더 설명하면서 점차적으로 과거로 내려가게 됩니다. 정확히는 과거와 현재를 왔다 갔다 하며 자유롭게 옮겨가는 것이 좋은 상담입니다. 상담자는 조금씩 질문을 하며 내담자가 흘러가는 대로 쫓아가는 것입니다. 내담자가 무엇을 느끼는지 물으며 쫓아가고 무엇을 느끼는지 모르면 느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줍니다. 상담자의 호기심이나 행동에 대한 옳고 그름을 따지려는 논리적 접근보다 내담자의 감정에 공감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내담자의 감정을 먼저 다루어 주게 되면 내담자가 스스로 옳고 그름을 분별하게 됩니다. 따라서 내담자의 감정을 먼저 묻고 공감한 후에 내담자가 가는 방향으로 쫓아가면 됩니다. 이것은 마치 엄마가 아기의 행동에 온 마음을 다해 관심을 집중하며 수용적이고 공감적 반응을 해 주는 것과 같습니다. 수용과 공감을 충분히 받게 되면 아이는 점점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이해하고 자신의 요구를 잘 표현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신뢰와 소통의 관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