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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심리치료] 무의식의 이해(핵심감정)

by sallyheim 2024. 3. 2.

핵심감정이란 어린 시절에 특별히 해결되지 못한 갈등관계를 통해 형성된 가장 중요한 특정 감정을 말합니다.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부모와의 관계에서 형성되는 여러 가지 미해결 된 갈등, 소망, 좌절, 욕구 등이 있습니다. 이것은 성장 후에도 인간의 전 생애를 통해 삶을 지배하고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러한 무의식적 요소는 사람마다 성장배경에 따라 다르며 그에 따른 각기 다른 종류와 강도를 가지게 됩니다. 역동심리치료에서는 무의식의 복잡한 요소들 중에서도 그 사람의 심리와 행동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감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역동상담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파악해야 할 핵심감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바둑판위에 놓인 하트와 X표시

 

핵심감정의 정의

핵심감정은 생각보다 실제로 굉장히 복합적인 개념으로서 그 형성부터 여러 요인들의 상호작용에 의한 결과입니다. 핵심감정은 인간이 태어나기 전부터 갖는 유전적 소질, 출생 시 타고난 기질과 경향성 등의 생물학적 요인과 아기가 부모와의 관계에서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본능이 충족되거나 좌절되는 상호작용 속에서 다양한 유아기적 감정들을 형성하는 것을 말합니다. 특별히 아주 어린 시절 성장과정의 결핍이 반복적으로 일어날 경우 그 결핍된 감정은 어린아이의 심층심리에 깊은 골을 만들게 되는데 이것이 핵심감정인 것입니다. 이러한 핵심감정은 아동의 인격이 성장할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심리적 생존을 위한 방어기제에 의해 훨씬 더 복잡한 반응 양상을 띠게 됩니다. 이러한 핵심감정과 이에 대한 방어기제의 상호 역동적인 양상을 핵심역동이라고 합니다. 

 

핵심감정의 특성

핵심감정이 가지는 몇 가지 특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핵심감정은 우리의 무의식 속에 있는 어린 시절에 형성되어 성장 후에도 성숙하지 못한 어린 시절의 감정 양상입니다. 이러한 감정 양상은 과연 무의식 속에 어떤 것들로 남아 있는 것일까요? 그것은 아주 어린 시절 겪었던 경험에서 생긴 좌절, 갈등, 양가감정(사랑하기도 미워하기도 하는), 우울, 분노, 외로움, 슬픔, 성취하지 못한 본능적 충동과 같은 것들입니다. 물론 일부 긍정적인 것들도 있지만, 성장한다는 것은 좌절의 연속이기 때문에 주로 부정적인 것들이 남아있습니다. 갓 태어난 아기는 실제로 방어능력이나 적응능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아주 어린 시절에 겪은 사건일수록 더 결정적인 결핍으로 남게 됩니다. 아이는 부모와의 관계를 통해 성장하면서 2-3세를 거쳐 6-7세 정도만 되면 어느 정도 인격의 방어 기능이 형성되어 심각한 인격의 영향을 받지 않고 극복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핵심감정은 6-7세 이전 유아기에 형성된 것입니다. 인격이 미숙하고 심리적 결핍이 있는 사람에게 핵심감정은 뚜렷하고 지속적으로 발견됩니다. 핵심감정이 강렬하고 이를 방어하는 핵심역동이 병적인 사람을 신경증적 또는 정신병적이라고 말합니다. 결국 '인격적'이라는 것은 핵심역동이 얼마나 건강한가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둘째, 핵심감정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인생에서 겪는 위기나 심각한 인간관계의 갈등이 동일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같은 일이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여겨지며 어떤 사람에게는 평생의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즉 사람마다 고민하는 문제도 다양하고 사람마다 걸려 넘어지는 문제도 제 각각입니다. 누구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문제가 왜 나에게는 몇 날 며칠을 고민하며 끙끙해야 할 고민이 되는 것일까요? 이것은 어떤 문제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결국 그것이 문제가 되어서 나를 걸고넘어질 소지가 이미 내 마음속에 결정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환경이나 주위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 이미 문제가 걸리도록 되어 있는 취약한 부분이 있다는 말입니다. 그 취약한 부분을 건드리는 촉발요인이 생기면 겉으로는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것이어도 자신에게는 굉장히 견디기 힘든 분노가 끓어오르거나 절망감이 들게 되는 것입니다. 나의 내면의 핵심감정은 의존욕구나 인정욕구일 수 있고, 상대가 나를 무시하거나 거부하는 것에 대한 불안일 수 있습니다. 동일한 하나의 상황이 각자의 핵심감정에 따라 다른 반응을 일으킵니다. 따라서 문제의 핵심은 외부에 있지 않고 자신의 내면에 이미 존재하고 있습니다. 무의식에 존재하는 정서적 부분의 핵심감정은 실제로 그 전모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으며 정작 자신의 내부에 있는 문제의 본질적 핵심감정은 항상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는 상대적으로 쉽게 드러납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진실로 중요한 핵심역동일수록 자신에게는 숨겨져 있고 다른 사람에게는 쉽게 보입니다. 우리가 핵심역동을 깨닫는 일은 결코 쉽지 않으며 핵심역동이 우리를 얼마나 강하게 끌로 가는지를 알기 위한 정서적 이해는 거의 전문가적 개념을 가지고 경험해야 하는 것입니다. 

 

셋째 핵심감정은 아주 끈질기게 일생에 걸쳐 반복됩니다. 핵심감정은 잘 고쳐지지 않으며, 평생에 걸쳐 나타나지만 완화되기도 합니다. 의존욕구가 강한 사람은 항상 생활의 무의식적 목표가 자신의 의존욕구를 충족하는 것입니다. 관계에 있어 상대방이 부담될 정도로 서로 가까이하거나 혹은 상대가 자신을 싫어할까 두려움이 무의식에 존재하여 자기주장을 못하고 질질 끌려가는 관계를 맺다가 원망과 배신감으로 관계를 단절하게 됩니다. 핵심감정이 반복되는 내담자들은 상담자 앞에서 또다시 표출하며 내담자의 퇴행으로 상담의 실제 현장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를 상담자와의 관계에서 재현하게 됩니다. 이것을 전이(transference)라고 합니다. 상담자는 이 전이를 알아내고 잘 다루어 치료하는 것이 근본적인 핵심감정의 치료이자 상담의 전 과정입니다. 강력하고 집요한 핵심감정에 대해 Karen Honey는 'should라는 이름의 폭군(tyranny of should)'이라고 했습니다. 인정받아야 한다, 항상 최고어야 한다. 어떠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라는 성숙하지 못한 'should'라는 전제는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지 못하게 하는 핵심감정의 폭군적인 모습입니다. 

 

넷째, 핵심감정은 본능, 자아 및 초자아와 같은 다른 역동심리적 용어들과 마찬가지로 에너지를 가진 힘으로 이해합니다. 이것은 어떤 고정된 심리적 기구나 역할의 개념이 아니며, 생생하게 에너지를 갖고 끊임없이 충동하는 힘입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불합리한 권위에 대한 분노를 가진 사람은 삶에서 마주하는 어떤 불합리한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강한 충동적 에너지를 가지고 분노의 감정을 강하게 일으킵니다. 물론 강한 감정의 폭발은 그로 인한 생존과 적응에 심각한 손실을 초래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긴장과 불안 속에 감정을 억압하며 조절하기 위해 애를 쓰며 살아갑니다. 이때 필요이상으로 많은 에너지가 들게 되며 핵심감정을 조절하는 방어기제의 사용은 매일의 삶을 피곤하고 힘들게 합니다. 

 

결론

정신분석학에서 인간의 인격은 일단 형성이 되면 그다음에는 아주 약간의 변화만 있고 근본적인 변화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한번 형성된 핵심감정과 방어기제의 모습은 죽을 때까지 변화되지 않는 것입니다. 무의식과 핵심감정에 대한 통찰을 얻을수록 그것이 바뀐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가를 잘 이해하게 됩니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우리 자신의 핵심감정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따라서 핵심감정의 이론을 보다 깊이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며 정신분석이나 역동상담을 하는 것이 근본적 문제해결이 아닌 인격을 아주 조금 수리를 하는 것임을 아는 것입니다.